본문 바로가기

최종편집일 2026-07-25 10:23

  • 오피니언 > 칼럼사설기고

[시사칼럼] 전략공천의 역설- 스스로 무너뜨린 지방권력의 순간들

- 모락 권정찬(화가, 비평가) -

기사입력 2025-12-22 17:57

페이스북으로 공유 트위터로 공유 카카오 스토리로 공유 카카오톡으로 공유 문자로 공유 밴드로 공유

좌파의 전라도나 우파의 심장인 대구 경북에는 말뚝만 박으면 무조건 당선된다는 보증수표에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서 중앙당이나 지역 국회의원의 힘이 어마어마하다는 이야기는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물론 국회의원의 경우에도 공천만 받으면 두 발 뻗고 자도 당선된다는 것이다. 그러니 보수 정당의 선거 문법에는 오랫동안 하나의 신화가 있었다. “공천이 곧 당선특히 대구·경북, 영남의 일부 기초자치단체에서는 이 공식이 거의 자연법칙처럼 작동해 왔다. 그러나 그 신화가 깨지는 순간은 언제나 비슷한 장면에서 찾아왔다. 중앙의 전략공천이 지역의 민심을 압도하려 들 때이다.

가장 상징적인 사례는 대구 <달성군>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이던 시절, 달성군수 공천은 전략이라는 이름으로 위에서 내려왔다. 지역 조직과 일방적 여론은 무시하고 소수 개인의 의사만 듣고 공천을 하니, 여론이 절대 우세한 후보는 반발은 물론 탈당과 무소속 출마로 이어졌다. 결과는 군민의 심판으로 무소속이 당선되는 냉혹함을 경험했다. 보수의 심장부라 불리던 지역에서 지역 국회의원이면서 당 대표가 지명한 당 후보는 패배했고,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공식은 균열을 드러냈다. 그 후유증은 이후 내리 3선을 무소속 후보에게 내어주는 꼴이 되었다. 전략은 있었으되 설득은 없었던 공천의 비참한 말로였다.

이 장면은 고립된 사건이 아니었다.

20146·4 지방선거에서 경기 <이천>도 같은 궤적을 그렸다. <새누리당>여성 전략공천이라는 명분으로 후보를 낙점했지만, 이해가 가지 않는 지역의 여론은 큰 반발을 일으켰다. 기존 주자와 지지층은 갈라졌고, 보수표는 분산됐다. 본선에서 당 후보는 패했다. 전략공천의 취지가 아무리 그럴듯해도, 여론의 추이를 무시하고 지역의 정치적 합의 없이 내려온 결정은 선거 경쟁력을 오히려 갉아먹을 수 있다는 교훈을 남겼다.

20186·13 지방선거의 <창원>은 이 역설이 대도시에서도 유효함을 보여줬다. <자유한국당>의 시장 후보 전략공천을 둘러싸고 지역 국회의원과 당원들의 공개 반발이 이어졌다. 엉뚱한 후보를 내세워 일방적 공천을 주었고, 공천 갈등은 봉합되지 못한 채 본선으로 넘어가 결과는 보수 분열 속 패배로 이어졌다. 어부지리로 민주당 후보가 창원시장에 당선되며, 보수 정당은 상징적인 지역에서 권력을 내주었다.

이들 사례의 공통점은 분명하다. 전략공천이 실패한 이유는 전략이어서가 아니라, 전략이라는 이름으로 지역 정치의 기본 원칙공정성, 예측 가능성, 내부 합의을 무너뜨렸기 때문이다. 중앙의 계산은 지역의 감정과 충돌했고, 그 충돌은 탈당·무소속 출마·소극적 투표라는 형태로 표출됐다. 선거는 숫자의 게임이지만, 공천은 신뢰의 문제다.

오늘의 <국민의힘>에도 이 경고는 유효하다. 전략공천은 예외적 상황에서만 정당화될 수 있다. 그마저도 충분한 설명과 설득, 그리고 지역의 체면을 살리는 절차가 동반되지 않으면 독이 된다. 달성군에서, 이천에서, 창원에서 보수 정당이 잃은 것은 단지 몇 개의 단체장이 아니었다. ‘공천의 정당성이라는 보이지 않는 자산이었다.

정당이 선거에서 이기는 길은 늘 단순하다. 민심을 따르되, 최소한 민심을 무시하지 않는 것이다. 전략공천의 실패사는 그 단순한 진리를 반복해서 증명해 왔다.

이제는 국회의원도 자치단체장도 도의원, 시의원도 지역의 상황을 몸에 익도록 체험하고 공부하고 대민 접촉을 하며 민심과 호흡을 같이하여야 한다. 그러한 경험을 토대로 범죄와 도덕적 흠이 없도록 처신을 잘하여 주민들의 동정심을 얻어야 한다. 물론 줄서기나 금전적으로 의심을 받는 행동에서 자유로워야 함은 물론이다. 여론의 힘은 점점 무섭게 작용하는 시대가 되었다.
 

▲ 모락 권정찬(화가, 비평가)

박희옥 (heeok5086@naver.com)

댓글0

스팸방지코드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