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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칼럼] 주민이 범인이다

- 모락 권정찬/화가, 비평가 -

기사입력 2026-05-14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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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장면이 있다. 사람을 뽑는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이미 정해진 결과를 확인하는 절차처럼 보일 때가 많다. 좌우 진영은 점점 더 단단히 고립되고, 유권자의 선택은 누가 더 나은가가 아니라 누가 우리 편인가로 축소된다.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 드러난 공천 과정은 특히나 씁쓸하다. 지역을 위해 일할 인물을 가리는 것이 아니라, 향후 정치적 충성도와 줄 세우기에 유리한 인물을 골라내는 듯한 인상이 짙다. 공천은 경쟁이 아니라 정적을 솎아내는 과정이 되었고, 그 결과는 능력보다 관계, 소신보다 복종이 앞서는 구조를 만들어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당원 투표와 조직 동원으로 특정 후보에게 힘이 집중되면, 결국 선거는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치러진다. 능력 있는 인물, 지역을 위해 일할 준비가 된 사람조차 출발선에 서보기도 전에 탈락한다. 남는 것은 일할 사람이 아니라 말 잘 듣는 사람이다.

그러나 이 모든 과정의 마지막에는 늘 주민이 있다. 우리는 흔히 정치권을 탓하지만, 그 구조를 완성하는 것은 결국 우리의 선택이다. 당의 이름만 보고, 색깔만 보고, 익숙함만 보고 표를 던지는 순간, 우리는 스스로 가능성을 지운다. 그리고 그 결과를 다시 정치의 문제로 돌린다.

그래서 불편한 말을 해야 한다. 어쩌면 범인은 정치인이 아니라 주민일지도 모른다.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당이 아니라 사람을 봐야 한다. 그 사람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어떤 태도로 지역을 대할 것인지, 갈등을 조정하고 약자를 배려할 수 있는지 살펴야 한다. 정무 감각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공공에 대한 책임감과 인간에 대한 이해다.

정치는 결국 사람의 일이다. 그리고 사람을 고르는 기준이 바뀌지 않는 한, 결과도 바뀌지 않는다.

이번 6월 선거에서만큼은 묻자.
우리 편인가?”가 아니라,
이 사람이 정말 제대로 일할 사람인가?”
그 질문을 외면하지 않을 때, 비로소 정치도 변하기 시작할 것이다.
 

▲ 모락 권정찬(화가, 비평가)
 

상주인터넷뉴스 (heeok508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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