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사람들은 거짓말을 한다. 연구에 의하면 생후 6개월 된 영아조차도 실험 환경에서 보호자의 관심을 끌기 위해 괴로워하는 척하는 모습이 관찰되었다. 언어에 의한 본격적인 거짓말은 4-5세가 되면 시작한다. 성인의 경우는 1일 평균 0-2회 정도 거짓말을 하는 것으로 연구되었다. 따라서 사람에게 거짓말을 하는 것은 정상적인 현상으로 보인다. 이것은 다른 말로 하면, 사람들의 거짓말은 생존과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거짓말은 사회적 조화를 유지하기 위해 하는 선의의 거짓말, 정치인이나 협상가 등이 주로 이익을 얻거나 결과를 조작하기 위해 하는 전략적 거짓말, 타인에게 해를 끼치거나, 속이거나, 파멸시키려는 의도가 담긴 악의적 거짓말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이러한 거짓말 가운데 전략적 거짓말과 악의적 거짓말을 하는 사람들이 문제이다. 거짓말쟁이라 하며, 상위 1%에 해당하는 사람들로서, 이들은 1일 평균 17회의 거짓말을 한다. 그리고 이들은 자기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의식이 별로 없다. 그냥 자연스럽게 말을 하고, 대화를 한다. 그것이 문제인 것이다. 모른다는 것이 문제이다.
거짓말을 하게 되는 이유를 살펴보면, 먼저 거짓말은 때로 상황을 모면하거나 타인을 배려하기 위한 작은 기만으로 시작되기도 한다. 하지만 어떤 이들에게는 거짓말이 마치 숨 쉬는 것처럼 일상적인 행위가 된다. 이처럼 거짓말을 밥 먹듯 하는 사람들을 마주할 때, 우리는 흔히 도덕적 비난을 먼저 떠올리곤 한다. 그러나 그들의 행동 뒤에는 훨씬 더 복잡하고 깊은 심리적 배경이 숨어 있다. 단순히 악의적이라기보다는, 때로는 자기 보호 본능, 인정 욕구, 그리고 불안감 해소라는 지극히 인간적인 욕구들이 뒤엉켜 거짓의 그물을 짜게 만드는 것이다.
가장 근본적인 거짓말의 동기는 바로 자기 보호와 현실 회피에 뿌리를 둔다. 이는 거짓말을 일삼는 사람들의 행동을 이해하는 데 핵심적인 열쇠가 된다. 처벌이나 비난 같은 부정적인 결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거짓의 방패를 드는 것은 어쩌면 인간의 보편적인 방어 기제일지도 모른다. 학창 시절 숙제를 하지 않아 혼날까 봐 거짓말을 했던 경험처럼, 이들은 자신의 잘못이나 부족함을 인정하고, 그에 따르는 책임을 지는 대신, 거짓된 이야기로 현실을 왜곡하여 불편한 상황을 모면하려 한다. 이러한 회피는 잠시의 안도를 가져다줄지 모르지만, 결국 진실과의 괴리 속에서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이는 또 다른 거짓말을 낳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나아가, 거짓말은 낮은 자존감을 감추고 타인의 인정과 관심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도 사용된다. 실제 자신의 모습으로는 충분히 인정받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 혹은 스스로가 보잘것없다고 느끼는 낮은 자존감은 거짓말이라는 가면을 쓰게 만든다. 없는 사실을 지어내거나 과장하여 자신을 더 대단하거나 불쌍하게 포장함으로써 타인의 시선을 끌고 동정심을 유발하려는 것이다. 이것은 일종의 ‘과시’이자 ‘허풍’으로 나타나기도 하는데, 진정한 자아를 드러낼 용기가 부족할 때 선택하는 비뚤어진 인정 욕구의 발현이라고 볼 수 있다. 거짓된 이야기로 얻은 관심은 일시적인 만족감을 주지만, 결국 공허함과 함께 더 큰 거짓말의 늪으로 이들을 이끌게 된다.
어떤 경우에는 타인을 통제하고 상황을 조작하려는 욕구가 거짓말의 동기가 되기도 한다. 거짓말을 통해 주변 사람들의 생각이나 행동을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유도하고, 결과적으로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내려는 심리이다. 이는 권력욕이나 지배욕과도 연결될 수 있으며, 타인과의 관계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무의식적인 시도로 볼 수 있다. 또한, 불안정한 심리 상태나 심지어 병적 거짓말(공상 허언증)과 같은 심리적 문제가 거짓말을 습관화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들은 굳이 거짓말을 할 필요가 없는 상황에서도 습관적으로 이야기를 지어내며, 심지어 자신이 만들어낸 거짓말을 스스로 믿는 경향까지 보인다. 이는 단순한 버릇을 넘어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영역에 해당한다.
거짓말을 밥 먹듯 하는 사람들의 심리는 이처럼 복합적인 층위를 가진다. 단순한 비난이나 질책만으로는 그들의 행동을 변화시키기 어렵다. 오히려 그들의 거짓말 뒤에 숨겨진 불안, 낮은 자존감, 혹은 인정 욕구와 같은 내면의 상처와 결핍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물론 거짓말이 가져오는 부정적인 결과를 명확히 인지시키고, 신뢰의 중요성을 일관성 있게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동시에, 그들이 더 이상 거짓말로 자신을 보호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느낄 수 있도록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거짓의 그림자 속을 걷는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비난의 손가락질이 아니라, 진실된 자신을 드러낼 용기를 북돋아 줄 이해와 지지의 손길일지도 모른다.
거짓말을 하는지도 모르면서 거짓말을 하는 거짓말쟁이라 하는 사람들은 자기가 자기를 속이고 있는 것이고, 그것은 자신의 존재 가치를 없어지게 하는 대단히 어리석은 사람들이다. 더 불행한 것은 자신이 어리석다는 것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이들이 작든 크든 집단의 지도자가 되면 그 집단 전체에게 주어지는 불이익과 피해는 계산하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하다. 이들은 다른 사람을 돌보는 행위를 할 수 없다. 먼저 자신의 심리적 돌봄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아니 심리적 돌봄이 필요한 사람들이다.
▲ 효산 조용태(심리상담전문가, 한국예술심리치료연구소 소장)